“혼자” 사는 삶
나는 재택근무를 하는 혼자 사는 직장인이다. 우리 회사는 코로나 이후로 재택근무를 부분적으로 시행하다가 올해 들어서는 아예 전면 재택으로 전환했다. 집에서 생계유지 밥벌이부터 여가생활, 그리고 기본적인 의식주 그 모든 것을 집에서 해결하는 직장인의 하루를 담아보려 한다.
나의 하루는 대충 이렇게 흘러간다.
오전 7시: 커피를 내리면서 잠을 깬다. (늦잠 잤을 때는 이 부분은 패스)
오전 8시: 출근 도장을 찍음과 동시에 회사 메신저로 접속해 일을 시작한다.
오전 8시~ 12시: 오늘 하루 처리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쭉 보면서 밀린 업무를 처리한다.
오후 12시~ 1시: 점심시간이다. 재택이라고 여유롭게 점심시간을 보내진 않는다. 대강 차려먹고 보통은 바로 업무를 재개한다. 점심시간을 길게 쓸수록 퇴근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오후 1시~5시: 하루의 반은 보통 미팅으로 시간을 쓰는 편이라 4시 반쯤 되면 약간 입이 아프다. 빨리 퇴근하고 싶어 진다.
오후 5시~7시: 스스로 정해놓은 루틴에 의하면 이 시간에 반드시 운동을 하러 가야 한다. 퇴근이 늦어서 사람이 붐빌 때 헬스장에 가면 계획이 틀어져 살짝 기분이 좋지 않다.
오후 7~9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면서 저녁을 먹는다. 운동하고 왔기 때문에 몸이 상당히 노곤하지만 다시 회사 메신저를 켜고 남은 업무를 처리한다.
오후 9시~12시: 차 마시며 책이나 신문을 슬쩍 보다 보면 10시가 금방 되어있고 어느새 잘 시간이다.
대충 요약하자면 일 -> 운동 -> 일 -> 약간의 휴식
이렇게 시간을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풀재택으로 일하게 되면서 내게 제일 좋은 점은 출퇴근 시간을 아껴 운동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30년 인생 이렇게 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제는 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에 사무실 대신 헬스장에 열심히 출근도장 찍고 있다.
이렇게 아침에 눈뜨고 싶을 때 일어나서 원하는 시간에 일을 시작하고(우리 회사는 유연근무제다. 8시부터 10시 사이에 아무 때나 출근하면 된다), 운동도 하고 싶을 때 마음껏 하면서 살고 있다. 이보다 편리한 삶이 어디 있을까.
너무나 편리하고 분명 내가 원했던 라이프스타일을 누리면서 살고 있는데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왜일까. 코로나 때문에 예전처럼 삶의 많은 이벤트가 없어졌기 때문일까? 눈뜨면 일하고, 운동하고, 밥 먹고 그렇게 일과를 보내다 보면 시간이 또 금방 가있고… 사람들과의 별다른 추억도 교류도 없는 시간들이 쌓이고 있다. 요즘은 오로지 혼자 사는 삶에 취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게 지속이 되다 보니 계속 의문을 품게 된다. 이게 맞나…? 이게 삶인가…? 나만 지금 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인 건가? 풀재택을 하는 혼자 사는 싱글이 별다른 외부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조금 과장해서 일본의 ‘히키코모리’ 같은 삶과 큰 차이가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굳이 외부활동(?)을 한다거나, 사무실 출근을 하는 회사로 이직을 한다거나 그러고 싶지는 않다. 그게 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다시 지옥철로 출퇴근을 하는 삶을 살고 싶지도 않고, 사회적 교류를 위해 동호회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기에는 나만의 시간이 너무 소중하기도 하다.
그럼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솔직히 모르겠다.
이건 그냥 넋두리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사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보고 대화하고, 밥 먹을 때는 유튜브가 친구인 것처럼 앞에 잘 모셔놓고 혼자 낄낄대고, 근무 후에는 몸이 소외되지 않게 또 혼자 열심히 근육을 괴롭히고, 집에 와서는 넷플릭스에서 시간을 조금 보내다 보면 하루가 지나가 있고… 흡사 영화 Her의 주인공 테오도르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듯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가상의 애인은 아직 없다. 완전한 메타버스의 시대가 온다면 지금과 같은 삶이 새로운 norm이 될까. 스킨십 있는 교류는 없고 온라인의 삶이 우리의 현실이 되는 세상 말이다.
5년 후, 10년 후, 20년 후 세상은 어떻게 바뀔지 정말 궁금하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지 모르겠는 이러한 건조한 삶이 더 이상 건조한 게 아닌 게 되어버리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20년 후에는 모두가 매트릭스의 세상에 살고 있을까.